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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부분조사, 납세자를 위한 것인가? 국세청을 위한 것인가?

  •  유일지 기자
  •  
  •  승인 2020.11.13 16:02
 

효율적인 세무행정, 납세자피해 최소화위해 부분조사 보완필요

신고내용 확인(구 사후검증)을 부분조사 가능토록 입법화해야
 

▲ 주제발표를 맡은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 교수는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을 지냈다.

신고내용 확인(구 사후검증)에 따라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 통합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닌 필요최소한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고 과세관청의 세무행정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부분조사’ 열거 사유를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세무사회(회장 원경희)와 한국조세연구포럼(학회장 정재연)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세무행정 혁신과 납세자 권익 보호’를 주제로 한 공동학술대회에서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분조사 사유의 합리적 재설계 방안의 검토’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세무조사란 납세자에게 ‘저승사자’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존재였다.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지면 기업주가가 떨어지는 등 경영활동에도 지장이 있었다. 과거 세무조사권이 여러 목적에 의해 부당하게 남용된 사례가 적지 않아 국세청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회는 중복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0년 국세기본법에 ‘통합조사 원칙’을 입법화했는데, 통합조사가 국세청과 납세자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2017년에는 통합조사 원칙의 예외인 ‘부분조사 제도’를 도입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다른 세목에 대해 여러 번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에 납세자 보호측면에서 한 번에 모든 세목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게 하는 ‘통합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조사가 원칙이 되자, 한 가지 세목에 대해서만 조사받아도 될 것을 모든 세목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되면서 납세자에게도 부담이 되고,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한정된 세무공무원으로 효율적인 세무행정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부분조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예외적으로 열거된 사유(7개)에 대해서만 부분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사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김 교수는 부분조사의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할 요소로 △광범위한 사실관계 확인 필요성 △강제적인 조사방법의 동원 필요성 △비례원칙에의 적합성 등을 꼽았다.

모든 납세자에게 통합조사를 실시할 수는 없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만을 특정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해 꼭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중요한 행정수단이 되며, 통합조사 실시할 경우 조사인력의 과도한 투입으로 행정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고 납세자에게도 조사대응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에는 세무조사보다 신고내용 확인(구 사후검증) 절차를 통해 신고·납부에 대한 검증이 대부분 종결되고 있다. 세무조사 건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사실상 1%(법인) 혹은 0.1%(개인)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받지만, 사후검증은 해명자료를 제출받아 경정·결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돼 세무조사의 부담없이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해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실신고 유도’라는 측면에서도 신고내용 확인이 세무조사 못지 않게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서면확인을 주로 하기 때문에 납세자가 해명에 불응하거나 거짓 또는 부실한 해명을 하는 경우 결국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때 국세청은 통합조사가 원칙에 따라 필요한 부분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목으로 확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도록 정한 국세기본법의 ‘필요·최소한의 원칙’에도 벗어난다.

따라서 신고내용 확인 결과 특정항목이나 유형에 국한해 제한된 범위에서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부분조사가 가능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부분조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다는 것이 발제자의 주장이다.

한편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정당한 목적이 없는 세무조사나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판례도 좀처럼 조사권 남용이나 중복조사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

조사 효율성과 납세자 부담을 고려해 과세관청이 통합조사와 부분조사 중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통합조사 원칙과 같은 일률적인 기준을 강제하지 않고 부분조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독일과 일본에도 부분조사 실시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특히 미국은 최근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방식을 산업별 통합조사 방식이 아닌 탈세위험 분석을 통한 쟁점 중심의 세무조사 방식으로 전환해 세정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세무조사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 토론회 좌장을 맡은 구재이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세무사.
▲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김홍철 법무법인 택스로 대표변호사, 이강오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장,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 김홍철 변호사, “과세관청 재량허용은 ‘시기상조’다”

김홍철 법무법인 택스로 대표변호사는 통합조사 원칙이 중복세무조사 금지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오히려 세무부담이 가중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조사인력으로 예외없이 통합조사를 한다는 것은 조사결과 자체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세무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열거된 사유에 한정해 부분조사를 허용할 것인지, 미국이나 일본처럼 과세관청에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 영역이지만,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하기에는 아직 과세관청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세무조사가 세수확보를 위한 정당한 행정권의 행사로 여겨지지 않고 납세자를 괴롭힌다, 과세관청이 권력을 남용한다는 인식이 강해 과세관청이 정당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한다는 납세자의 신뢰확보가 우선돼야 통합조사와 부분조사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세관청에 대한 납세자 신뢰가 확보된다면 납세자의 사업규모와 유형, 성실도, 탈루혐의, 행정력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과세관청에 재량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납세자의 세무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강오 세무사 “신고내용 확인, 세무조사와 비슷하다…납세자 부담 커”

이강오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장은 부분조사 실시 후 재조사를 허용하는 것은 중복조사 금지 및 부분조사의 도입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무조사 대상자가 전체 사업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분조사를 실시하고 또다시 재조사를 하는 것은 납세자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납세자의 세무조사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부분조사와 세목별 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부분조사는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 2회를 초과해 실시할 수 없도록 규정한 통합조사의 원칙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신고내용 확인에 대해서는 범위가 너무 넓어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무조사와 유사한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음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적격증빙 수취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계정과목 및 증빙의 확인은 세무조사와의 차별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조사의 선정, 조사범위 등을 확대하기 보다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 열거적으로 규정해 엄격히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중교 교수 “신고내용 확인, 국세기본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바람직”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고내용 확인을 부분조사 사유에 추가하자는 의견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밝히면서, 세무조사와 현장확인의 구별만큼, 세무조사와 신고내용 확인의 구별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신고내용 확인의 정의 및 세무조사와의 구별기준을 국세기본법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납세자의 영업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까지 세무조사 규정을 적용하면 납세자가 세무조사 절차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돼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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